채연아 안녕. 나이가 들었구나.
요즘 다니는 크로스핏에서 파트너를 자주 하시는 분이 있거든. 나랑 9살이나 차이가 난다며 놀라시곤 했는데.
그런데 그 분을 생각하면 네가 꼭 아주 나이 들진 않았겠구나 싶어.
사실 10년은 꽤 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서른 넷은 아직 젊네.
너는 요즘 어떤 고민과 걱정을 하니? 너랑 내가 같다면 역시 너도 꽤 자주 불안하고, 자주 울고, 자주 동기부여에 힘쓰고 일어나며 살고 있을까?
난 ‘이정도 능력으로 취업해서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?’. ‘내가 키워야 할 능력이 이게 맞을까?’ ‘사실 타협한 건 아닐까?’ 또는 ‘어떤 능력치가, 나도 좋고 즐거우면서 사회적 효용과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?’
‘내가 내보이는 무언가들이 어떤 인식과 평가로 남게 될까?’ 그리고’내보이는 것들은 어디까지, 또 어떻게, 얼마나 솔직하고 멋지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늘 걱정해.
그리고는 내가 이런 걱정과 생각에 휩싸여 사실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?로 이어지지. 항상 그래왔듯이.
그래도 아주 잠깐 잠깐씩, 드문드문 오는 얄팍한 성취와 뿌듯함 따위의 것들로 이 고민들을 덮어버리고.
또 그 버프가 깨질 때쯤 다시 또 심란해졌다가, 술도 한 잔 하고, 은영이를 붙잡고 전화를 하고.
이따금씩 아빠에게 시시콜콜한 사랑 상담도 하고…
과연 결혼은 했을런지도 궁금하구나.
만약 했다면 많이 웃고 장난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.
내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나날을 보내길 바라.
많이 달리고, 많이 웃고, 덜 인색하고 자주 표현할 수 있길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