To. 서현
안녕. 벌써 1월 20일이구나. 네 생일을 축하해주려 만난 게 엊그제같은 데 이제는 졸업 축하 편지를 쓰고 있네.
내가 받을 날도 머지 않아 오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이상하구나... 우엥. 졸업하기 싫어.
그래도 가장 성숙하다 할 때 쓰는 거니까..
암튼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이란다.
벌써 꽤 지나긴 했는데, 네 졸업 공연이 여전히 생생해. 어릴 때 보고, 이후에야 뭐 학교에서나 영상으로 간간히나 봤었지 실제로 볼 일은 없기도 했으니까.
정말 멋지더라.
물론 이런 말들에 너는 퍽 떳떳하지 못할 수도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
(나는 늘 전공자 아닌 이들의 칭찬과 응원을 들으면 그 머쓱함과 낯부끄러움을 참을 수가 없더라.)
그래도 내가 하는 말은 봐주라.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멋지고 예쁘고. 네 모든 몸짓들이. 그리고 네가 해 왔을, 나는 절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노력과 시간의 흔적들이 보여서 정말 감동적이었어.
요즘... 하는 것들이 잘 안 풀리고 막막할 때 친구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. 너나... OO이. OO이. 모두 각자만의 지옥에서(부정적인 뜻은 아냐)
고군분투하며 멋진 모습을 세상에 내어 보인다는 게 말야. 아주 힘들겠다... 또 멋지다... 한단다.
아무튼.
나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. 마음 먹게 하더라고. 너희들이.
쨌든 고생 정말 많았어. 스물 넷이구나. 아직 스물 넷이라고 적는 손은 영 어색하긴 하지만.
짧지 않은 시간동안 내 인생에 열심히 침입해줘서 고마워.
술 안 마셨어.
라고 호기롭게 썼는데 생각해 보니 막걸리를 마시긴 했어. 하지만 단연코 맨정신임을 맹세한다...
제발 건강히 오래 살아주라. 그리고 오래 행복하고. 또 위해서 오래 춤추고 오래 웃고 울고. 우리는 생각이 많고 복잡한 편이니까, 약간 더 단순하게, 물불 가리지 말아 보면 조금 좋을 것 같기도 해.
(뭐 아니어도 사실 상관 없어.)
서로 터무니없는 도전에도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 주자.
그래도 돈은 빌리지 말아 주라... 너한텐 빌려줄 것 같거든 나도.
그럼 안녕. 고마워 사랑해.